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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작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교육의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보았습니다. 우리의 교육이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했습니다.

ART+TECH 상상공장은 ‘문화 소외’ 문제를 고민의 시작으로 두고 있기에 이를 해결하였는지가 중요한 지점입니다.

문화 소외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결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에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 모여 미래에 능동적인 디지털 문화의 주체로서 살아갈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예로, 교육에 참여하면서 큰 변화가 있었거나 잠재성이 발견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자기 확신에서 

​자기 표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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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발견과

​진로의 가능성

02

01

자기 표현에서
자기 확신으로

자폐 스펙트럼을 위한 게임 오트크래프트를 만든 스튜어트 덩컨의 말에 따르면 오트크래프트가 제공하는 배려와 존중이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자 자존감을 회복하고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어우러진 사회 안에서 비로소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배려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어 게임 외의 일상생활에서도 친구를 사귀고 말을 하는 등의 사회성이 향상되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민지(가명)는 아이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주 조용했습니다. 모든 활동에 성실히 임하는 아이였지만 민지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기관의 선생님들과 친구들도 민지의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 여느 때와 같이 질문을 했습니다. “이 행성이 민지가 만든 거예요?” 평소와 다르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민지가 아주 뚜렷한 목소리로 “네”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함께 있던 기관의 선생님들과 친구들도 놀라면서 ‘민지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다’고 했습니다. 매우 기대하고 바라던 장면이지만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니 감격스러우면서도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유쥬쥬, 우리는 외계인> 수업은 매시간 어딘가에 있을 나의 행성을 상상했습니다. 나의 행성은 정답이 없고 내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존재하며 그저 상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우주의 어딘가에 실재하고 있는 설정입니다. 나의 행성은 내가 상상하고 만든 것이지만 사실은 예전부터 존재하고 있던 것이라서 사건의 시간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있던 나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며 깨닫게 되는 것처럼 나의 행성(자아, 욕망)도 원래 있던 것을 상상하고 만들어 낸 것입니다. 아이들은 내가 무심코 만들었던 행성이 디지털 우주에 둥실둥실 떠 있고 내가 만든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확신’을 느꼈을 것입니다. 내가 생각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꿈꾸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바로 정답이었고, 내가 표현했던 것들이 커다란 가치가 있는 것임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입니다.

​누군가는 "네"라는 대답에 왜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지는 하나밖에 없는 나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표현하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목소리를 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행성이 민지가 만든 것이냐’는 가벼운 질문은 민지에게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한 꿈과 상상이 민지의 것이고, 민지가 의도대로 표현한 것이냐’는 말로 전달되었을 수 있습니다. 민지의 또렷한 대답은, 본인이 확신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표현한 것임을 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ART+TECH 상상공장은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표현하는 것이 능동적인 문화 주체로 성장하는 것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02

재능의 발견과
​진로의 가능성

2020년 <우주창작소>와 2021년 <유유쥬쥬, 우리의 외계인> 프로그램은 IT와 디지털 기술을 잘하기 위한 교육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교육의 기회가 적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에게 ART+TECH 상상공장과의 만남은 문화예술교육의 시간이면서도, 궁금했던 디지털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우주창작소>에 참여했던 정훈(가명)이는 과제를 내주지도 않았는데 집에서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편집하고 대사를 넣어 짧은 장면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다소 미숙한 완성도였지만 컴퓨터를 배워본 적도 없는 아이가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운 정도의 실력이었습니다. 여느 비장애 아이들처럼,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스스로 독학하고 익혀온 것입니다. 정훈이는 자신의 흥미를 공감해주는 것이 반가워 매일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정훈이의 부모님께서는 정훈이가 컴퓨터를 할 때마다 그저 게임을 하거나 단순한 호기심에 이것저것 만져보는 것이라 생각했고, 컴퓨터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작년과 올해에 같은 기관과 협력을 하면서 정훈이를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긴 겨울이 지나고 찾아간 기관에서는 그간 정훈이의 작품을 잔뜩 볼 수 있었습니다. 정훈이가 스케치한 그림들과 컴퓨터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담긴 USB였습니다. 정훈이는 <우주창작소>가 종료된 후에도 계속해서 스스로 창작을 해왔고, 단순한 이미지 편집이 가능했던 것에서 1분가량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향상된 실력보다 더 놀라운 건 정훈이의 창작 태도였습니다. 정훈이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 중 재미있는 장면을 기억해두었다가 인과관계를 설정하고 단편의 이야기로 재구성했습니다. 배경과 상황, 등장인물이 잘 설명되는 구도와 흥미로운 점을 부각시키는 시선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완성한 애니메이션을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상영하고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발표했습니다. 일상의 순간에서 창작적 영감을 받고, 매일 벌어지는 일에 자신의 시선을 담아내고, 내가 포착한 지점을 작품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예술가적 태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우리와 만나지 않았어도 정훈이는 독학과 우연한 기회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연에 기대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잠재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교육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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