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상황에 용기를 주는
아트 게임
02
능동적인 자유로움
디지털 창작 도구
03
모두를 위한
융복합 예술교육
04
주인공이 되어 몰입하는
'나에게 오는 편지'
01
01
주인공이 되어
몰입하는
나에게 오는 편지
<유유쥬쥬, 우리는 외계인>에서는 스토리 전달 방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기술을 만나는 이유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교육의 당위성을 제시하면서 학습 동기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장치가 스토리였기 때문입니다. 교육 초반에는 캐릭터의 대사로 구성된 영상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스토리를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은 현저히 낮았고 속도의 차이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음으로 고안한 방법은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컷툰이었습니다. 이야기의 빈칸으로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었더니 이전보다 훨씬 더 집중하고 많은 이야기를 떠올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초등학생 아이들은 캐릭터에 나를 대입하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나의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방법은 '우주의 내가 보내는 편지'입니다. 스토리의 화자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우주의 나'이며 모든 주어를 '나'로 변경하고 편지에 아이들 개개인의 '이름'을 넣어 오로지 나에게만 전달되는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긴 글을 읽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한 글자씩 집중해서 글을 읽었습니다. 조금 서툴고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편지를 받으면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 높았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완전히 몰입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영상이나 컷툰이 일방적 전달 방식이었던 것에 반해 편지는 우주의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호 소통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몰입 경험은 자기 이해와 자기 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흥미도 재미도 없는 '남의 이야기'를 무한한 관심이 생기는 '나의 이야기'로 바꾸고, 편지가 수업을 소개하면서 선생님은 편지를 전달하는 우체부의 역할만 하면 되었습니다. 수업을 이끌어가던 선생님의 여백은 아이들 스스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의 주체가 된 아이들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나에게 온 편지는 간직하고 싶고 종종 꺼내어보고 싶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교육에서 스토리텔링은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요소, 흥미와 의미 전달을 높이고,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로 사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잘 짜여진 이야기만큼이나 화자와 전달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02
낯선 상황에
용기를 주는
아트 게임
새로운 기술을 만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낯선 재료와 낯선 환경 속에서 처음 만나는 기술을 익히고 무언가 만들어 보는 일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언덕이 높든 낮든 기술에 적응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나를 표현하는 일은 매우 즐겁고 짜릿한 경험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응원이 필요하고 참여자의 작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고 주위 사람이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해도 스스로 해내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ART+TECH 상상공장은 게이미피케이션이 능동성을 위한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프로그램 전반에 배경 스토리를 전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음 이야기를 더 듣기 위해서는 우주의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편지도 이야기의 끝까지 가야 할 사람은 본인 자신임을 의미합니다. 편지 속에서 ‘우주의 나’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오늘의 활동을 하면 어떤 것을 소개해 주겠다거나, 지구의 모습과 너의 기분이 궁금하니 알려 달라고 합니다. 편지의 조건은 겉으로는 ‘미션’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사실은 모두 내가 스스로 풀어내야 하는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로그램 후반부, 내가 상상하던 것들이 모여 나의 행성으로 나타날 때는 마치 게임 엔딩을 보는 것과 같은 감격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를 ‘아트 게임’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했습니다. 모든 과정은 예술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설계 구조는 게임을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트 게임을 통해 설렘과 애정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게 됩니다.
03
능동적인 자유로움
디지털 창작도구
융복합예술교육에서는 기술의 난이도 조절과 예술적 자유도를 필수로 확보해야 하며 어떤 기술을 소개할 것인지 보다는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D.I.Y적 특성이 분명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이전보다 능동적인 태도로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만나면서 인터페이스와 기술을 재미있게 놀기 위한 재료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따라서 예술 교육을 위한 기술도 VR 감상하기, 드론 날려보기 등의 기술 체험이 아니라 VR 세상 만들기, 나만의 드론 만들어보기와 같이 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스스로 창작해보는 경험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디지털 장르에서는 적절한 소프트웨어를 선정해야 합니다. 기존에 있는 것이든 새롭게 개발한 것이든 참여자가 그 속에서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최선의 소프트웨어를 찾기 위해 웹 세상을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Chrome music lab'처럼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것부터 ‘Resolume’처럼 전문 아티스트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영역의 가능성을 두고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발달장애 청소년에게 적합한 소프트웨어의 특징을 간추렸습니다.
인터페이스는 단순하되 표현의 다양성은 넓게 확보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기호와 레이아웃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마치 ‘본능적이라고’ 생각해오던 것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인터페이스가 너무 ‘함축적’이지 않은지 살펴보고, ‘직관성’과 ‘함축성’을 구분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거나 함께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작품을 함께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형식이면 더욱 좋습니다. 또한,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더 많이 쏟기 때문에 작품을 잃어버리지 않고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장 기능이 없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경우 화면을 녹화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였습니다.
04
모두를 위한
융복합예술교육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달라는 것, 바로 universal design의 개념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비용이 많이 들거나 비장애인에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만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그로 인해 소외되는 것은 확장된 결과를 낳습니다. 예를 들어 이동에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는 것은 ‘이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외출에 대한 두려움과 큰 불편함이 반복되면서 장애인은 자연스럽게 사회 활동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곧 보호자의 상시 필요와 장기적인 고립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중요합니다. 효율성보다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것, 누군가 불편하다면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소외 계층은 장애인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나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도 포함됩니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위한 마인크래프트 <Autcraft> 사례와 같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자신에게 맞춰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어야 합니다.
ART+TECH 상상공장의 다음 미션은 ‘모두를 위한 융복합예술교육’입니다.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ng Learning : UDL)’를 기반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지 않고 함께 같은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것, 중증 장애인과 경계선 장애인이 자신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여 활용할 수 있는 교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학습자의 이해를 돕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다양한 문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며,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일들이 먼저 일어날 공간은 ‘디지털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세상은 이미 우리에게 시공간적 자유를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공유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옳고 바른 가치, 모두가 공감할 소중한 가치가 존중되고 실현되고 있습니다.